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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공' 다시 보기

by 竹溪(죽계) 2007. 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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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줄거리

피와 혼돈의 춘추전국시대..

천하 통일을 눈앞에 둔 조나라 대륙의 10만 대군은 마지막 길목에서 조그만 양성함락을 눈앞에 두었다. 인구 4천명의 작은 성 양성. 그들은 ‘묵가’에게 지원 부대를 요청하지만, ‘묵가’에서 온 지원군은 단 한 명 혁리 뿐.

 

하늘과 땅과 바람으로부터 단 한명의 지원군이 나타났다.

홀홀 단신 양성을 돕겠다고 찾아온 혁리는 양성의 모든 이에게 비웃음을 사지만 한발의 화살 공격으로 조나라의 기를 꺽으며, 그 후 전략적인 방어 전술로 조나라의 공격을 기적처럼 막아낸다. 점차 양성의 사람들은 혁리를 따르게 되고, 양성의 권력자들은 자신의 위치에 대한 위태로움을 느끼고 혁리를 제거 할 음모를 꾸며 성밖으로 내쫓는다. 심지어 혁리를 따르던 성민들까지 처벌 하는데..

 

중국 역사상 가장 드라마틱하고 흥미로운 전투가 펼쳐진다!

혁리의 방어로 무고하게 희생된 부하들의 원수를 갚기 위해 조나라의 10만 대군을 이끌고 양성을 기습한 항엄중(안성기 분). 필살의 공격으로 양성은 초토화 되지만 항엄중의 목적은 단 하나, 혁리를 이기는 것이다. 막아야 하는 자와 침략해야 하는 자. 혁리와 항엄중의 최후의 대면. 과연 혁리는 양성을 평화롭게 지킬 수 있을 것인가…

영화 감상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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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쟁의 참된 의미를 일깨우는 영화 ‘묵공(墨攻)’ 다시보기


   전쟁이란 둘 이상의 서로 대립하는 국가 또는 이에 준하는 집단 간에 군사력을 비롯한 각종 수단을 사용해서 상대의 의지를 강제하려고 하는 행위 또는 그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으로 말한다면 상대방을 힘으로 이겨서 영토와 그에 속한 모든 것을 빼앗는 행위이다.


   이러한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기술적인 측면이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데 그 기술은 전략과 전술, 그리고 무술(武術)에 있다. 영화 ‘묵공(墨攻)’은 전쟁의 의미는 무엇인가? 에 대한 천착(穿鑿) 이라고 생각된다.


   그렇다면 전쟁은 과연 무엇인가? 많은 사람들이 전쟁은 사람을 죽이는 행위로 알고 있으며, 그것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별반 다를 것이 없다. 그러나 ‘묵공(墨攻)’에서 말하려고 하는 것은 전쟁은 사람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살리는 기술이라는 것이다. 언뜻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지금부터 차근차근 영화에서 얘기하고자하는 중심에 접근해 보기로 하자.


   영화 ‘묵공(墨攻)’에서 말하려는 전쟁의 의미를 알기 위해서는 먼저 전쟁의 기술인 무(武)를 알아야 한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일어난 어떤 전쟁에서도 싸움하는 기술을 지니고 있는 군대를 만들지 않고 싸운 경우는 없기 때문이다.


   싸움의 기술을 바로 한자어로는 武(호반 무)로 나타내는데, 이 글자의 뜻은 우리가 알고 있는 싸움이나 호반(虎班: =무관(武官)의 반열)이라는 것과는 상당히 거리가 먼 것이라는 사실이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武를 분해해보면 과(戈)와 지(止)로 나누어진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즉, 戈는 창이란 뜻을 가진 글자이니 싸움한다는 뜻을 가진다. 싸움을 한다는 것은 상대방을 힘으로 굴복시키는 것이니 한 쪽이 다른 한쪽에 항복을 하고, 승리한 자에게 목숨을 포함한 자신의 모든 것을 맡겨버리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止는 일정한 방향으로 움직이던 어떤 사물이나 현상 등이 어느 순간, 어느 지점에서 더 이상 움직이지 않고 멈추어 서는 것을 말한다. 움직이던 것이 멈춘다는 것은 어떤 것이 끝났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따라서 전쟁의 기술인 武는 싸움의 기술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전쟁을 멈추게 하는 기술이란 것을 알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전쟁의 기술을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진 武 혹은 武藝는 전쟁을 멈추게 하기 위해 전쟁을 한다는 아이러니가 숨어 있는 글자가 된다.


  이러한 사전지식을 바탕에 깔고 영화 ‘묵공’을 보면 여러 가지 새로운 것들이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허무하게만 끝나는 주인공의 죽음과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등이 모두 이러한 시각으로 보면 풀리게 되기 때문이다.


  영화는 중국대륙에서 혼란이 지속되던 춘추전국시대 말기에 나라와 나라간의 치열한 공방전이 계속되던 시간과 공간을 배경으로 한다. 여러 나라 중에서 엄청난 강대국으로 등장한 조나라는 인구가 4천 밖에 되지 않은 양나라의 양성 함락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십만의 대군으로 질풍노도처럼 양성을 쓸어버리겠다는 조나라 장군 항엄중은 뛰어난 전략·전술가로 전쟁의 화신이다. 위기에 처한 양성은 나라와 백성을 지키기 위해 어려움에 처한 나라를 도와준다는 소문이 있는 묵가(墨家)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그러나 묵가(墨家)는 양성의 요청을 받아드리지 않게 되고 이를 알게 된 묵가의 한 사람이었던 혁리는 혈혈단신 양성으로 입성한다. 혁리는 거듭되는 조나라 군대의 공격으로부터 양성을 지켜내면서 영웅으로 떠오르며 백성의 추앙을 한 몸에 받게 된다.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양성의 함락이 어려운 것으로 생각한 조나라 군대는 철군하는 척 위장하며 땅굴을 파며 재침략을 도모하게 되고 이를 알지 못하고 조나라의 군대가 철수한 줄로 착각했던 양성의 군주는 세력의 판도가 혁리에게로 넘어간다고 생각한 나머지 혁리를 추방하게 되고 급기야는 계략으로 철군했던 조나라 군대에 의해 양성은 함락되고 만다.


   그 과정에서 혁리는 죽을 고비를 여러 번 넘기면서 사랑하는 여인도 구하지 못하는 비극을 맞는다. 한편 전쟁의 참 의미를 깨달은 조나라의 전쟁 영웅 항엄중은 마지막 반전에서 혁리에게 패한 후 웃으면서 스스로 불에 타죽는다.


   전쟁의 화신인 항엄중이 스스로 목숨을 던질 만큼 크게 깨달은 전쟁의 참된 의미가 이 영화의 핵심이 된다. 여기서 항엄중이 깨달은 것은 바로 전쟁이라고 하는 것은 백성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백성을 살리는 것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이 점은 묵자의 겸애사상에서 벗어나 있는 현 시점의 묵가에 반대하고 혼자의 몸으로 양성을 지키겠다고 온 혁리의 행동에서 이미 나타난다. 양성에 도착한 혁리가 맨 먼저 한 것은 양성의 버팀목이 되는 백성들의 마음을 죽음의 공포로부터 해방시키는 일이었다.


  화살 하나로 조나라 군대를 물리친 혁리는 전쟁은 숫자로 하는 것이 아니란 사실을 보여줌으로서 양성의 백성들에게 희망을 심어주고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전쟁에 두려움을 갖지 않도록 분위기를 바꾸어 버린다.


  혁리는 백성들에게 자신감을 갖도록 하여 백성 스스로의 힘으로 자신을 지키도록 하는 것에만 관심이 있을 뿐 권력이나 사랑, 황금 따위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 그에게는 오직 사람을 사랑하는 겸애만이 있을 뿐이고 그것에만 충실할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혁리는 자신을 사랑하며, 자신도 사랑하는 여인도 구하지 못한다. 백성이 없으면 왕도 없으며, 백성이 없으면 지배자도 있을 수 없다는 혁리의 사상이 자신을 가장 사랑하는 여인조차도 구하지 못하게 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전쟁의 양 축에 서 있는 항엄중과 혁리를 극과 극을 달린다. 천하 제패를 꿈꾸고 있는 조나라의 장수 항엄중은 상대를 힘으로 굴복시키는 것을 목표로 전쟁을 하는 사람이고, 혁리는 모든 것의 원천이 되는 백성을 지키기 위해 전쟁을 하는 사람이다.


  따라서 조나라 군대의 전쟁은 사람을 죽이기 위한 싸움이고, 양성을 지키는 혁리의 전쟁은 사람을 살리기 위한 싸움이 된다. 바로 이 부분에 영화를 만든 감독의 의도가 숨겨져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항엄중의 죽음과 사랑하는 사람도 구하지 못한 채 미래의 희망인 아이들만을 구해 양성을 떠나는 혁리의 행동으로 이 영화를 끝내버림으로써 전쟁의 참된 의미를 말하고 싶었던 감독의 고민을 읽어낼 수 있음이 그것이다.


  조나라로 돌아가 봐야 또 다시 사람 죽이는 전쟁에 동원될 수밖에 없는 것이 자신의 운명인 것을 깨달은 항엄중으로 하여금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게 함으로써 전쟁의 참된 의미를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알리려고 했던 감독의 의도가 재미있는 전쟁 영화로만 생각하고 보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잘 전해졌을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지금도 세계 어느 곳에선가 계속되고 있으며, 또 일어나고 있을 전쟁이 사람을 죽이는 전쟁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데에는 이 영화가 크게 성공하지 않았을까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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