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창의 시짓기
이향금(李香今) 부안(扶安) 기생 매창
전라도 부안 기생 계향이 시와 노래를 잘 했는데, 서울로 선입되어 들어오니, 많은 공자(公了)들이 그와 접하기 위해 그를 찾았다.
하루는 선비 유도(柳塗)가 계향을 찾아가니, 이미 이씨(李氏)와 김씨(金氏)가 있었다. 이에 계향은 세 선비 중에서 좋은 시를 외워 자신을 감동시키는 사람과 동침하겠다고 제의했다.
그래서 이씨와 김씨가 유선비를 멸시하면서 많은 시를 교대로 읊기 시작했다.
아름다운 팔은 일 천 사람 베개요
붉은 입술은 일만 사람 입 냄새라
네 몸 칼날처럼 날카롭지 않건마는
어찌 장부 간장 그렇게도 자르느냐
이렇게 읊고, 또
한밤중 달빛에 발 들어 춤을 추니
이불은 한바탕 큰바람을 일으키네
이 때 일어나는 무한한 그 재미는
오로지 두 사람만 함께 가질 뿐이라
두 선비의 외우는 시를 듣고 있던 계향은 유선비에게도 시를 외우도록 권했다 그래서 유 선비는 계향에게 운자(韻字)를 부르라고 해, 그 운자에 따라 즉석에서 지어 읊었다.
춘정 찾는 호탕 선비 기운을 높이 세워
비취색 이불 속에 좋은 인연 맺는구나
두 팔은 버티고 두 다리는 높이 세워
단혈 양쪽 언저리를 둥그렇게 잘 헤치네
처음 볼 땐 눈이 삼삼 안개 낀 양 몽롱터니
다시 보니 먼 하늘이 엽전만큼 작아 뵌다
그 재미 특별한 맛 구태여 말한다면
하룻밤 값 따지면 일천 금에 해당하네
이렇게 지으니, 계향이 감탄하고, 두 선비에게는 벌주로 냉수 한 사발씩을 주어 보내고, 유 선비와 동침했다.
(조선 중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