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육신 박팽년의 시
세조(世祖)가 단종(端宗)의 왕위(王位)를 빼앗으려 함에 의분을 느껴 다음과 같은 시(詩)을 지었다.
금생여수(金生麗水)라 한들 물마다 금이 나며
옥출곤강(玉出崑崗)인들 뫼마다 옥이 나랴
아무리 여필종부(女必從夫)라 한들
님마다 쫓으랴
두 임금을 섬길 수 없다는 송죽(松竹) 같은 절개를 나타냈다.
세조(世祖)가 영상(領相)을 위한 부중(府中)의 잔치에서 박팽년(朴彭年)이 시를 지어 말하였다.
조정(朝廷)의 깊은 곳에서 슬픈 음악 소리가 들리고
만사를 모두 이제와서 모르는 것 같내
버들가지는 동풍(東風)이 불어 살살거리고
꽃이 만발한 봄날은 정이 더디기만 하네
선왕의 대업을 금궤어서 빼내어
성주(聖主)의 큰 은혜는 옥배를 넘어 뜨렸네
즐겁지 않으니 무엇이 길이 즐겁지 않게 하는가
합창 소리에 취하고 포식하니 태평세월인가
박팽년(朴彭年)이 옥중에 있을 때의 일이다.
김질(金瓆)이 세조(世祖)의 명(命)을 받고 술을 가지고 가서 태종(太宗)의 하여가(何如歌)로 넌지시 마음을 떠 보려 하니 그 대답으로 그의 굽힘이 없는 지조(志操)를 시(詩)로서 나타냈다.
까마귀 눈비 맞아 희는 듯 검노매라
야광명월(夜光明月)이 밤인들 어두오랴
님 향한 일편단심(一片丹心)이야
그칠 줄이 아시랴 하였다.
이 울면서 아버지 중림(仲林)게 말하기를
『왕(王)에 충성(忠誠) 하려니 효(孝)에 어긋 난다고 말하니 중림(仲林)은 웃으며 말하기를 충성하지 않으면 효가 아니다』라고 하였다.
「출: 장능지」
박팽년(朴彭年)이 죽음에 이르러 임사시(臨死詩)가 있다.
격고 최인명 擊鼓 催人命
서산 일욕사 西山 日浴斜
황천 지불원 黃泉 知不遠
금야 숙수가 今夜 宿誰家
북을 치며 사람의 목숨을 재촉하는데
서산에 해는 기울어지려고 하는구나
황천 가는 길 멀지는 않은 줄 알지만
오늘밤은 누구의 집에서 잠을 자리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