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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싸가오리와 프롤로그'라는 유행어

竹溪(죽계) 2006. 1. 24.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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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싸! 가오리.“에 대한 어원적 고찰 (2004/3/23)

피박, 광박, 쓰리고에 똥 세장 폭탄까지, 재미삼아 시작했던 점 백 고스톱에 이와 같은 대형사고가 터져 한 달 용돈이 다 털릴지도 모를 절대절명의 순간, 만약 화투짝 한 장의 행방불명으로 가슴 졸이던 그 판이 파토가 되는 순간, 당신은 무엇이라 그 기쁨을 표현하겠는가. 그렇다. 바로 “아싸! 가오리”다. 그렇다면 1970년대 중반부터 기쁨과 환호의 의미로 즐겨 사용되었던 이 작자미상의 감탄형 유행어는 대체 어디서 유래된 것일까.


학술적 근거와는 전혀 상관없는 민간의 구전에 따르면, 옛날 어느 마을에 고기 잡는 어부가 있었는데, 나이가 들어 몸이 늙자 전처럼 큰 고기를 잡기에는 힘이 부쳤고, 급기야는 밤의 잠자리에서도 할머니에게 “그러니깐, 멸치 밖에 못 잡지.”라는 식으로 핀잔을 듣게 되었다고 한다. 이에 격분한 늙은 어부는 큰 고기를 잡아와 할머니를 혼내주겠다는 요량으로 바다로 나섰지만, 몇 주일간 허탕만 친 채 그물에는 딸랑 가오리 몇 마리만이 붙어 있었고, 비참한 심정으로 가오리를 떼어 내던 중, 가오리의 미끈거리는 느낌에 어부는 묘한 충동에 사로잡히게 되었다는 것이다. 결국, 어부는 가오리를 김밥 말 듯 둘둘 말아서는 그 틈새에 자신의 국부를 들이 미는 패륜을 저지르게 되었고, 막상 해보니깐 그 느낌이 괜찮았는지 그 후로도 그물에 가오리가 걸려 올라올 때면 흥분한 목소리로 이렇게 외쳤다고 전해지는 것이다. “아싸! 가오리~.”


물론, 그 진위여부를 장담할 수는 없겠다. 허나 대자연에서 펼쳐진 종속과문강문계를 초월하는 인간과 어류의 그 애절한 사연은 진위여부와 상관없이 한 번 고찰해볼만한 가설이라 하겠다.
지난 12일,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던 날, 가결선포 이후 본회의장을 빠져 나가던 야당의원들도 아마 당시에는 속으로 이렇게들 외쳤으리라. “아싸!가오리.”

 

 

                                               프롤로그(2004/3/16)

수많은 유행어들이 있어 왔다. 가장 흔하게는 각종의 코미디에서 비롯된 각종의 유행어들이 있을 것이고, 대박 영화나 인기 드라마의 대사에서도 유행어는 탄생한다. 때로는 전혀 엉뚱한 곳에서 유행어가 만들어지는 경우도 있다. 마치 어린시절 국어사전을 뒤져가며 공부에 열중하던 중 우연히 발견한 성기관련 용어에 기적과도 같은 발기를 경험하듯, 발생가능성이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비장함의 극치로 점철된 대선 후보간의 tv토론에서도 예상치 못한 유행어가 생성되기도 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최근에는 ‘아햏햏’, ‘즐’과 같이 인터넷의 게시판, 게임문화 발달과 함께 일종의 주술에 가까워 보일 정도의 초현실주의적인 유행어가 전파되는 경우도 있다.


유행어의 형태도 다양하다. 영화 황산벌의 ‘거시기’와 같이 지역 사투리를 모티브로 한 비교적 단순한 형태에서부터, ‘김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와 같이 마치 한 편의 서사시를 방불케 할 정도로 러닝타임이 1분여에 이르는 호흡곤란형 유행어에 이르기까지.


유행어의 수요계층 또한 나날이 확대되어가는 듯 하다. 과거 코미디 프로에서만 유행어가 독점 공급되어지던 시절, 소심한 성격의 성인남녀로서는 감히 흉내조차 낼 수 없는 고난이의 제스처와 파격적 발성이 요구된 까닭에 미취학 아동들의 전유물로만 생각했던 유행어가 최근에는 성별, 연령에 관계없이 폭넓게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얼마 전 검찰의 불법대선자금 수사에 있어 관련 정치인들이 80년대 중반, 영구에 의해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던 “잘 모르겠는데요.”를 별 부끄러움 없이 연신 되풀이 하는 모습에서도 쉽게 발견되어진다.


이처럼 유행어는 다양한 장르에서 여러 형태로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언어가 인간의 사고를 지배한다고 하는 언어 상대성 가설을 굳이 차용해 설명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동시대의 수많은 사람의 입에서 똑 같은 소리를 내게 했던 강력한 무언가가 유행어에 있었던 만큼, 다른 필자는 결코 쓰지 않을 소재의 본 코너에도 나름의 무언가는 있을 수 있으리라.

 

 

   출처 :  http://blog.naver.com/newtoilet?Redirect=Log&logNo=100001643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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