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세계/문학으로영화보기

"메멘토'에 대한 감상평

竹溪(죽계) 2005. 12. 20. 10:27
728x90
SMALL

                                      메멘토에 나타난 기억과 기록의 차이 

 

시간이 거꾸로 가는 영화 '매멘토'의 기록과 기억의 차이 메멘토는 사고의 충격으로 인한 기억손실증으로 인하여 10분 정도밖에 기억하지 못하는 주인공이 기록을 근거로 하여 아내를 죽인 범인을 찾아낸다는 이야기로 되어 있는 영화이다. 10분밖에 기억하지 못하는 주인공이 아내를 죽인 범인을 찾아내기 위해서 사용하는 방법은 기억할 수 있는 시간 동안에 중요한 것을 기록하고, 그 기록을 근거로 하여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방식을 사용한다. 그러므로 이 영화는 진행순서가 일상적인 시간 순서와 정반대로 이루어지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이 영화는 이것을 간파하고 보느냐 아니냐에 따라 재미있을 수도 있고 재미없을 수도 있다. 영화가 시간의 역순으로 진행된다는 것을 모르고 보면 재미없는 정도가 아니라 아주 지루할 수밖에 없다고 하는 말이 정확한 표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제 메멘토에 대한 시간의 문제와 구성적 특성에 대해 살펴보도록 한다. 이 영화에 나오는 인물은 네 명이다. 10분밖에 기억하지 못하는 주인공인 레너드, 경찰인 것처럼 하면서 레너드를 이용하는 마약업자 테디, 애인을 죽인 테디에 대한 복수 때문에 레너드를 돕는 나탈리, 나탈리의 애인 지미의 네 사람이 이 영화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이다. 이 네 사람의 관계는 이렇다. 데디는 레너드의 부인을 살해한 살인자이고, 레너드는 부인의 죽음으로 인한 충격 때문에 단기 기억손실증에 걸린 사람이다. 마약 거래자인 지미는 테디의 모략에 의해서 레너드에게 살해되는 인물이고, 테디가 자신의 애인인 지미를 죽였다고 믿는 나탈리는 레너드의 기억손실증을 이용해 테디를 죽이려고 하는 존재다. 이런 관계를 가지고 있는 네 사람의 물고 물리는 관계에서 주인공인 레너드는 기록과 사진과 문신을 근거로 하여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서 자신의 부인을 죽인 테디를 죽이고 복수를 한다. 이런 인물구성을 가진 메멘토는 영화의 첫 장면이 실제 일어난 사건으로 보아서는 맨 마지막 장면이고, 영화의 맨 마지막 장면이 실제 일어난 사건으로 보아서는 맨 처음 장면이 된다. 왜 이런 구성을 취했느냐 하면 10분밖에 기억하지 못하는 주인공이 부인을 죽인 범인을 찾는 과정을 기록을 근거로 한 기억의 역순으로 영화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보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일반적으로 우리가 접할 수 있는 영화의 필름을 거꾸로 돌려가면서 본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리고 다음으로 간파해야할 것은 흑백화면과 칼라화면의 의미이다. 주인공이 누군가와 통화를 하는 장면은 늘 흑백으로 처리되고, 실제 일어났던 사건을 다루는 부분에서는 선명한 칼라로 처리된다. 이것 역시 우리의 생각을 뒤집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우리의 상식으로 볼 때 기억으로 남아있는 과거는 흑백으로 처리되고 현재의 상태를 칼라로 처리되는 것이 정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메멘토는 반대이다. 흑백으로 처리되는 부분은 주인공의 현재 상태이면서 자신의 내면세계이고, 칼라로 처리되는 부분은 기록을 근거로 하여 재생되는 기억 속의 과거이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주인공을 둘러싸고 있는 세상이기도 하다. 영화에서 칼라 부분은 화면이 좀 거칠게 느껴지는데 예술적인 기교를 전혀 부리지 않고 있는 그대로 찍어서 그렇다고 하며, 이것은 감독이 일부러 그렇게 처리한 것이라고 한다. 주인공을 둘러싼 세상이라고 할 수 있는 칼라 부분과 주인공의 내면세계라고 할 수 있는 흑백 부분이 서로 교차하면서 영화가 진행되기 때문에 흑백과 칼라의 의미 또한 이 영화를 제대로 보기 위해 이해해야 하는 또 하나의 장치라고 할 수 있다.

 

   메멘토에서 보이는 또 하나의 장치는 기록과 기억의 관계이다. 우리의 일생생활은 기억을 중심으로 생각하고 판단하며 행동하는 것의 연속이라고 할 수 있는데, 메멘토의 주인공에게는 기억은 철저하게 배제된다. 왜냐하면 기억은 자신에게 유리한대로 분석한 해석일 뿐이므로 믿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단기 기억상실증에 걸린 주인공은 그것을 믿지 않고 문신과 기록만은 믿게 된다. 기억손실증에 걸려서 10분밖에 기억하지 못하는 주인공에게 있어서 기억은 별로 쓸모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에게 있어서 기억은 기억이 있을 동안에 그것을 기록으로 옮겨 놓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의미만을 가질 뿐이다. 따라서 주인공은 자신이 부딪치게 되는 사건들을 만날 때마다 중요하다고 판단되면 사진을 찍고 그곳에 메모를 함과 동시에 그것을 근거로 하여 자신의 몸에 문신으로 기록한다. 그래서 주인공의 몸은 온통 문신으로 뒤덮여 있다. 문신과 사진으로 남겨진 기록만을 근거로 하여 주인공은 살인자를 찾아내는 것이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메멘토는 우리가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것과 우리가 일상적으로 처해 있는 일반적인 상황들을 모조리 뒤집어서 보여주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 영화를 올바르게 보기 위해서는 관객들도 모든 것을 뒤집어서 생각하고 이해해야한다. 그렇게 하다보면 이 영화의 특수한 예술성에 흠뻑 빠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영화에서 진실은 과거밖에 없다. 그러나 그 과거는 현재의 기억손실증으로 인하여 왜곡되어 있다. 그 왜곡된 현실은 판단을 흐리게 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주인공은 그것을 믿지 못한다. 오직 자신이 메모해놓은 사진과 문신만을 믿을 수 있을 뿐이다. 과거와 현재, 칼라와 흑백, 기억과 기록, 현상세계와 내면세계가 교묘하게 교차하면서 진행되는 이 영화를 재미있게 감상하기 위해서는 화면의 한 장면도 놓치면 안될 것이고 대사 하나라도 그냥 넘겨서는 안될 것으로 생각된다. 예를 들면, 주인공이 보험회사 조사관이었으며, 눈을 보면 그 사람의 말이 진실된 것인가 아닌가를 안다고 하는 것과 나탈리를 만났을 때 안경을 벗으라고 하니까 안경을 벗고 이야기하는 나탈리가 나이프와 포크를 가볍게 두드리는 것을 잠깐 보여주는데, 이것은 나탈리가 순수하게 레너드를 대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즉 이 행동을 통해 나탈리가 래너드를 이용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리고 새미의 이야기가 계속해서 나오는 것 역시 기억으로 인한 해석이 얼마나 잘못될 수 있는가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지금까지 자신이 경험했던 여러 장치들이 얼마나 믿을 수 없는 것들이었는가는 새미의 진실과 새미 부인의 죽음을 통해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뒤집음을 통해 삶의 진실을 보여주는 메멘토는 시간의 단순한 뒤집음이 아니라 우리로 하여금 일상의 모든 것을 다시 보게 하는 눈을 갖게 함으로써 자신의 삶을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 올일 수 있는 마력과 예술성을 지녔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