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세계/문학이야기

歌와 謠에 대하여

竹溪(죽계) 2005. 12. 19.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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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歌와 謠의 의미에 대하여

 

   歌와 謠는 모두 노래를 나타내는 말이다. 노래는 인간이 말로써 부르는 것으로써 소리의 높낮이를 조절하여 인간에게 쾌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순수하게 소리의 특별한 배합만을 나타내는 樂보다는 포괄적인 개념이다.

 

  가와 요는 비슷한 개념으로 쓰이기 쉬운 것이기는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서로 구별되는 성질을 가지고 있는 개념들이다. 歌와 謠 중에서 일반적으로 쓰이는 말은 歌라고 할 수 있는데, 謠보다는 歌가 더 넓은 개념을 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詩經]에서는 歌와 謠를 다음과 같이 구분하고 있다.


"악기의 반주가 없이 불려지는 노래를 謠라고 하고 악기의 반주를
수반하는것을 歌"라고 했다. 辭原에서는 "음률에 맞추지 않고 부르는 노래(徒歌)를 謠라고 하고 曲과 합해진 것을 歌" 라고 했다. 또

 


"章曲이 있는 것을 歌라고 했고 章曲이 없는 것을 謠"
라고 했다.

 


    이것을 기준으로 생각해보면 歌와 謠에 대해서는 아래와 같은 구별이 가능하다. 謠는 악기의 반주를 수반하지 않으며, 목청을 떨면서 부르는 노래로써 공동체의 구성원이기만 하면 누구나 부를 수 있는 노래이다. 바꾸어 말하면 민요 같은 것을 가리킨다.

 

    歌는 악기의 반주를 수반하며 목청을 모아서 높이 올리면서 부르는 노래로써 특별한 사람이 특별한 훈련을 거쳐서 부르는 노래이다. 우리 문학에서 鄕歌라든가 巫歌 등의 명칭에 요를 붙이지 못하고 가를 붙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歌의 唱者는 특별한 사람이 된다. 그러므로 전문성에 있어서는 歌가 謠보다 훨씬 앞선다. 그러나 노래의 역사나 불려지는 폭,그리고 노래말의 내용 등에서는 謠가 歌보다 훨씬 보편적이다. 따라서 歌는 지배층이나 특수층과 연결되는 음악이며, 謠는 순수 민간의 노래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謠와 歌는 구별되기는 하지만 상호 연관관계를 가지고 서로 영향을 미친다. 우리의 시가 문학사에서 보면 謠가 歌로 된 예를 많이 볼 수 있는 데, 高麗歌謠의 대부분이 그렇다고 할 수 있다. 또한 鄕歌의 경우도 민간의 노래를 僧侶層이나 花郞層에서 이용하여 이데올로기 확장의 수단으로 삼았던 예를 볼 수 있는 것이다.


그 중 高麗歌謠는 그것이 가지는 특수한 성격 때문에 명칭을 둘러싸고 많은 논란이 있기도 했다. 高麗歌謠의 명칭에 대해서 논란이 많았던 가장 큰 이유가 바로 高麗歌謠가 謠的인 성격과 歌的인 성격을 동시에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즉, 高麗歌謠는 그것이 가진 성격으로 볼 때 민요였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러나 현재 남아있는 작품들이 많은 경우 宮中의 음악으로 사용되었다고 하니 歌的인 성격 또한 가지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高麗歌謠의 명칭에 대해서는 俗謠, 別曲, 俗歌, 高麗歌謠, 高麗俗謠 등의 논란이 있었고 아직 까지 완전한 의견의 통일을 본 것도 아닌 상태에 있는 것이다.


   또한 현대에는 流行歌 혹은 大衆歌謠라는 것이 있어서 텔레비젼이나 라디오라는 특수한 전파수단을 통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보급된다. 그런데 이 유행가 혹은 大衆歌謠라는 것이 도깨비 같은 성격을 가지고 있어서 흥미를 끈다.

 

      현대에 大衆歌謠라고 하는 것은 그것이 가지고 있는 성질로 볼 때 謠的인 성질보다는 歌的인 성질을 더 많이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大衆歌謠는 노래를 부르는 사람과 노래를 듣는 사람이 철저하게 분리 됨으로써 이미 누구나 부를 수 있는 노래인 謠의 수준을 넘는 상태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大衆歌謠를 부르는 가수는 직업적이며 악기의 반주를 반드시 수반하여 노래를 부르니 이것은 歌에 그대로 맞는 성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와같이 歌로써 시작된 大衆歌謠가 일단 전파를 타서 일반인들 속에서 유행하게 되면 歌的인 성질을 지워버리고 謠的인 성격을 가진것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여기데 대중가요의 비밀이 숨어 있는 것이다. 일단 가수의 입을 떠난 大衆歌謠가 전파를 타고 유행하게 되면 일반인들은 삶의 현장에서 악기의 반주도 없이 아무 자리에서나 마음대로 大衆歌謠를 불러댄다. 바로 歌가 謠로 바뀌는 순간이다.


이와 같이 大衆歌謠는 노래 자체만으로는 가질 수 없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大衆歌謠가 가지는 이러한 힘은 과연 어디에서 오는 것인가. 그것의 비밀은 바로 매스컴이라고 하는 전파매체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옛날에는 歌이던 謠이던간에 노래를 듣는 대상에게 직접적으로 전달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전파라는 전달수단이 일반화되면서 부터는 노래는 직접전달과 거의 같은 효과를 거두면서도 대량전달이 가능하게 되었다. 이처럼 대량전달이 가능하게 됨으로써 이제는 수많은 사람들이 아주 먼 곳에서도 동시에 노래를 듣고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즉, 노래를 부르는 사람과 노래를 듣는 사람이 직접 얼굴을 맞대고 하던 노래의 향유방식이 변모 되면서 창자와 청자 사이에는 매체라는 것이 끼어들게 되었던 것이다. 그렇게 되자 노래는 매채를 통하지 않고는 전달될 수 없게 되어버렸고 매체가 가지는 힘은 막강해질 수밖에 없게 되었다.

 

   매체의 주기능이 창자와 청자를 중간에서 매개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매체의 힘이 커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와같이 매체의 힘이 커지게 되자 이제는 매체를 이용한 교육이나 홍보가 가능하게 되고, 노래도 여기에 중요한 구실을 할 수 있게 된다.


   이와같이 노래의 구실이 커지게 되자 노래를 이용한 왜곡이나 의도적인 여론조작 같은 것들도 가능하게 된다. 노래를 통한 왜곡이나 여론조작 현상은 우리는 일제시대에 유행했던 大衆歌謠에서 적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암울한 식민지시대에 황금빛 나는 미래를 노래한 여러 大衆歌謠나 만주침략을 정당화 하기 위한 홍보수단으로 만들어 퍼뜨린 '복지만리', 그리고 남경대학살을 왜곡하기 위하여 만들어서 전파시킨 것으로 보이는 '대지의 항구' 같은 노래들은 모두 그 당시의 현실을 굴절된 모습으로 보여줌으로써 사람들로 하여금 사실을 사실대로 알지 못하도록 하는 효가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이다.

 

    이상에서 보는 바와 같이 노래는 이제 더이상 스스로 즐기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으로 충분히 이용할 가치가 있는 통치의 보조수단으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歌와 謠는 서로 관계를 주고 받으면서 발전한다. 그러나 현대 사회는 매우 복잡한 양상을 띠기 때문에 옛날처럼 歌와 謠가 뚜렸이 구분 될 수는 없다. 어쨌던간에 歌와 謠에 대한 정확한 이해는 민족문학을 올바르게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리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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