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엄경'의 감상방법
虛와 空의 세계를 통해 진리를 보여주는 영화 華嚴經
아홉 개의 에피소드로 되어 있는 화엄경은 아주 특이한 구성으로 되어 있다. 처음과 끝이 같은
형태를 취하는 것이 첫째이고, 주인공의 모습이 전혀 변하지 않는 것이 두 번째이다. 세 번째는 처음과 마지막은 같지만 전혀 같지 않다는 것이다.
이것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이 영화를 보면 도대체 이 영화가 말하려고 하는 것이 무엇인지 전혀 갈피를 잡을 수 없다. 아홉 개의 에피소드를
잠깐씩만 살펴보자.
1. 진리의 큰바다는 믿음으로 들어가고, 지혜로 건넌다.
진리의 바다는 너무나 넓고 크기 때문에 처음
들어가기가 어렵다. 그러나 자신을 던져서 믿음으로 들어가면 그것은 건널 수가 있다. 바로 자신을 잃음으로서 세상과 하나가 되는 마지막의 순간과
일치한다. 그래서 주인공은 냄비하나 베낭 하나를 메고 진리의 바다고 떠난다.
2. 모든 것은 낮아서 바다가 되고 하늘은 거기에 내려와 있다.
여기서 핵심은 하늘이 그곳에 내려와 있다는
의미를 알아야한다. 우리가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것은 하늘은 높은 곳에 있고 바다나 땅은 낮은 곳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특히 바다를 이루는
물은 아래로 내려가는 성질을 가진 것이기 때문에 하향적인 것만을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물은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매체이기 때문에 바다로
흘러감으로써 하늘과 땅을 이어주어서 모든 것이 만들어지도록 돕는다. 즉, 하늘은 밑에 내려와 있어야 하고, 땅은 하늘 위에 있어야 하늘의
상승지향과 땅의 하강지향이 만나서 만물을 만들어낸다는 진리이다. 여기서는 이것을 말하고 있다.
3. 虛無처럼 큰 空間은 없다.
허무는 비어 있음으로서 사물을 사물답게 하는 존재이다. 그러므로 허무만큼 큰
空의 세계는 없다. 핏줄이 비어있지 않으면 피가 흐르지 못하고, 여서의 자궁이 막혀 있으면 아이를 가지지 못한다. 허무를 넘어서는 공간이 과연
세상 어디에 있는가. 허무야말로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고 모든 것을 만들어내는 가장 큰공간인 것이다. 허의 개념을 올바르게 파악하지
않으면 이 에피소드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4. 흐르는 것을 따르라 흐르지 않는 것을 따르지 말라.
모든 것은 허무의 공간을 통해 흐른다. 흐르지 않으면
죽을 것이요, 죽으면 그것이 새로운 허무의 세계를 만들어서 죽음 속에서 흐름을 만든다. 예를 들면 살아있다는 것은 생겨나는 세포와 죽어 가는
세포가 동시에 존재한다는 의미이고, 죽었다는 것은 생겨나는 세포는 없이 죽어가는 세포만 있다는 의미이다. 그렇다면 죽은 후에는 어떻게 되는가?
이 때부터는 썩은 세포과 썩지 않은 세포와의 관계 속에서 끊임없는 흐름이 계속된다. 그러므로 모든 것은 흐름을 통해서 변화하고 변화를 통해서
새로운 세계를 창조해나간다.
5. 애욕을 비웃지 마라 보살의 씨앗이다.
그 흐름 속에서 자연적으로 생겨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을 부정하면 안된다. 그런 의미에서 인간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나는 애욕은 바로 중생을 낳은 씨앗이 되는 것이다. 애욕이
없어서 중생을 생산하지 못하면 누가 진리의 바다를 건널 것인가? 그러므로 편향된 시각으로 사물을 보아서는 안되는 것이다. 모든 현상은 항상
양면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어느 한쪽으로만 경도되어서는 안된다.
6. 있다, 그러나 없다.
존재하는 것은 虛의 세계이고, 존재하지 않는 것은 空의 세계이다.
空과 虛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맞물려 있다. 虛는 비어 있음을 통해서 空을 낳고, 空은 사물의 형성을 통해서 虛를 낳는다. 그러므로 있음과
없음은 다른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한 곳에 있는 것이다.
7. 불가사의한 중생의 업.
있으면서도 없는 것, 이것이 바로 중생의 비밀이다. 실체가 있는
것 같으면서도 어느 사이엔가 없는 것이 중생이요, 없다고 생각하면 나타나는 것이 중생이다. 이 중생의 인연은 정말 불가사의한 것이 아닐 수
없다. 어물전에 앉아서 아낙네와 농찌거리를 주고 받는 스님이야말로 중생의 업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8. 이 세상에 홀로 있는 것은 없다.
세상의 모든 것은 업을 통해 연결되고 이것이 연결되어
움직여 나간다. 그러므로 모든 것은 연관되어 있다. 결코 홀로 있을 수 없는 것, 그것이 바로 세상인 것이다. 죽었든 살았든 그것은 연결되어
있어서 어디에 가더라도 연결의 없으 끊을 수는 없다. 이것을 깨달으면 세상의 모든 것이 보살로 보이리라.
9. 세상은 자신을 잃어가면서 세상이 되는구나.
이제 맨 처음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모양만
처음일 뿐 주인공의 베낭에 걸려 있는 냄비를 보면 하늘을 향해 아가리가 열려 있던 것에서 뒤집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진리의 바다에
자신을 던졌듯이 바로 자신을 잃어가면서 세상과 하나되는 것이다. 자신과 비슷하 처지의 아이 하나와 함께 세상으로 나가는 주인공의 모습이 바로
그것을 말해주고 있다.
이 영화에서 우리가 주목해야할 것들은 다음과 같다.
I. 구성적
특성
시작과 처음이 같은 형태를 취한다.
환몽과 현실이
교차한다.
수평적 관계 속에서 사건이 진행된다.(수직적 관계는
배제된다.)
메시지와 메지시의 관계를 통해서 영화가 진행된다.
II. 장면상의 특성.
장면마다 나오는 현상들에 대한
의미의 파악이 중요하다.
피리. 냄비. 소. 진흙. 맹인의 노래. 주인공의 육체적
비성장 등
III. 메시지의 의미.
궁극적으로는 空의 의미와 일치한다.
바다와
하늘.
虛無가 가장
크다.
흐르는 것과 흐르지 않는 것.
있다, 그러나 없다.
욕과 중생.
연관성.
버림과
얻음.
이런 것들을 염두에 두고 화엄경을 본다면 훨씬 재미있지 않을까 사료되어 미흡하지만 간단한 평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