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세계/시간이야기

존재와 시간에 대하여

竹溪(죽계) 2005. 12. 18. 23:20
728x90
SMALL

存在와 時間


   우주 내에 존재하는 모든 사물현상은 공간을 통해 존재하며, 시간을 통해 나타나고 변화하며 소멸한다. 그리고 시간은 공간을 통해서만 의미를 가질 수 있으며 사물현상은 개념을 통해서만 시간을 넘어서서 영원적으로 살아 있을 수 있게 된다.

 

  그런 점에서 개념은 공간 속에 존재하는 사물현상을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시간 속에 존재하면서 시간을 넘어서는 것이기도 하다. 이것은 인간의 인식 수준으로는 상상 속에서도 가능하지 않았던 영원과 관계를 가지도록 해주는 것이며, 영원은 이러한 개념을 통해서만 비로소 시간 속에 나타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개념은 시간 그 자체다라고 한 헤겔의 말은 바로 이러한 것을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우주 내에 현존하는 사물현상을 현존재라고 할 때, 현존재는 필연적으로 시간과 관계를 맺고 있다. 우주 내에 있는 현존재는 필연적으로 공간 속에 있지만 반드시 시간 속에서 나타나고 변화하며 소멸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간은 시작과 끝을 알 수 없는 무한개념을 가진 것으로 영원과 관계를 맺고 있다. 우리는 영원 그 자체가 어떤 것인지는 모르지만 시간이 무한의 개념을 가진 영원과 직접적인 관계를 가진다는 것은 알고 있다.

 

   영원은 무한한 것이기 때문에 인간의 인식 능력으로는 도저히 알 수 없는 어떤 것이기도 하다. 이처럼 영원은 그 자체로 존재할 때는 인간에게 도저히 인식될 수 없는 어떤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영원을 말할 수조차도 없게 된다.

 

    즉, 알 수도 없고 말할 수도 없는 것이 바로 영원 그 자체인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서 영원이란 것이 있는 줄을 아는가? 정확하게 말한다면 영원을 알아서 아는 것이 아니다. 다만 지금까지 존재했던 어떤 인류도 시간의 끝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시간의 끝 어딘가에 있는 것이 영원일 것이다라고 생각하는 것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영원은 그 자체로 그냥 있을 때는 우리의 눈앞에 顯現할 수 없다. 永遠이 우리 눈앞에 顯現하는 것은 개념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개념은 어떤 사물현상의 성격을 언어로 表象하여 우리가 그것을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개념이 형성되는 순간 사물현상은 시간적 한계를 넘어서서 영원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즉 개념은 사물현상에 바탕을 두고는 있으면서도 시간에 절대적인 구속을 받는 사물현상을 넘어서서 영원과 관계를 맺으면서 시간적 한계를 극복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우리 주변에 있는 개라는 현존재는 원칙적으로는 그것이 우리의 눈앞에 있을 때만 인식되어질 수 있다.

 

   그러나 네발을 가지고 있으며 멍멍 짓는 현존재를 개라는 이름으로 명칭을 지어서 개념적으로 설명할 수 있게 될 때, 그 순간 개라는 현존재는 시간적 한계를 넘어서서 영원성을 가지는 개념을 가지게 됨으로써 어디에 가더라도 우리의 인식 속에 살아있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개념은 언어를 통해서 우리들에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언어는 개념을 형성하여 사물현상을 영원과 관계 맺도록 해주면서 永遠이 시간과 관계 맺도록 해주는 구실을 한다. 즉, 사물현상은 언어로 된 개념을 통해 영원과 관계를 맺음으로써 시간을 넘어서서 살아있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앞에서 본 것처럼 개라는 현존재가 우리의 눈앞에 없어도 우리는 언어로 된 개라는 개념을 통해 개를 설명하고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영원은 인간의 인식세계를 넘어서서 존재하는 어떤 것이기 때문에 그 자체는 인간 앞에 나타날 수도 없고 인식될 수도 없는 어떤 것이다.

 

    그런 永遠이 언어를 매개로 하여 시간과 관계를 맺음으로써 비로소 우리 앞에 개념으로 나타날 수 있도록 되는 것이다. 즉, 현존재는 개념을 통해 상승하여 영원과 관계를 맺으면서 영원성을 얻고, 영원은 개념을 통해 하강하여 시간과 관계를 맺으면서 자신의 존재를 顯現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시간과 영원은 서로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데, 이제 아래에서 시간과 영원에 대한 논의와 그것이 언어를 통해 시간과 어떻게 관계를 맺고 있는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도록 하겠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인식하는 시간은 직선 개념이다. 어디서 시작해서 어디로 가는지 모르지만 시간은 일정한 순간에 시작해서 인간의 인식으로는 도저히 알 수 없는 어디로 흘러가는 직선 개념으로 이해된다.

 

    그리고 우주 내에 존재하는 모든 사물현상은 일정한 시간 속에 존재하기 때문에 시간을 직선 개념으로 파악할 때 직선의 시간 위에 수많은 사물현상들이 일정한 공간을 차지하며 존재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사물 현상들을 점으로 표시하면 우주에 있는 모든 사물현상들을 시간이라는 직선 위의 수많은 점들로 나타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시간은 영원한 것이기도 하기 때문에 우주 내에 존재하는 모든 현존재에게 똑같은 형태로 관계를 가진다. 바꾸어 말하면 시간은 우주 내에 있는 수많은 현존재 모두에게 동시에 적용된다는 것이다.

 

    시간을 넘어서서 있는 어떤 것을 영원이라고 위에서 말했는데, 시간이 모든 현존재에게 동시에 적용된다는 것은 바로 시간이 영원적이란 사실을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러나 시간이 직선 개념으로 파악되는 한 시간이 아무리 영원적이라 해도 우주 내의 모든 현존재와 같은 방식으로 관계를 가질 수 없게 된다.

 

     즉, 시간을 초월해서 시간 너머 어딘가에 존재하는 永遠이 직선으로 표시된 시간 위에 있는 현존재에 똑같은 방식으로 적용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영원은 변할 수 없는 것이므로 영원이 똑같은 방식으로 현존재와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시간의 개념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우리는 여기서 알 수 있게 된다.

 

    시간을 넘어서서 있는 영원이 시간 속에 있는 현존재와 똑같은 방식으로 관계를 맺는 것은 시간이 직선 개념이 아니라 원의 개념으로 될 때만 가능하다. 영원을 중심으로 시간을 원으로 표시하면 원의 중간에 永遠이 있고 끝없이 돌아가는 원 위에 수많은 현존재가 있게 되는데, 이렇게 될 때 비로소 시간을 넘어서서 있는 영원은 시간 속에 있는 현존재와 똑같은 방식으로 관계하게 된다.

 

    이렇게 됨으로써 이제, 시간은 직선 개념이 아니라 순환개념으로 치환되는 것이다. 이렇게 될 때 비로소 영원은 시간 속에 顯現하게 되고 현존재는 개념을 통해 시간적인 한계를 극복하고 영원성을 얻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하여 시간적 순환성이 형성되는데, 시간적 순환성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가능하도록 해준다.

 

    우리의 능력으로는 인식조차 할 수 없었던 영원을 우리의 눈앞에 가져다 줄 뿐만 아니라 개념을 통해 수많은 새로운 사물현상들을 창조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시간을 순환성으로 파악하는 것은 발상의 엄청난 전환을 의미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한 걸음 더 나아가 수 없이 많은 새로운 것들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하는 계기를 마련하기도 한다. 

 

    이런 점으로 볼 때 시간을 영원성과 순환성으로 나누어서 사시가계통의 시조에 등장하는 시간을 두 가지 시간관 가운데 순환성으로 파악한 견해는 재검토해  볼 필요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