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까닥(헤까닥) 어원
회까닥(헤까닥) 어원
사람의 정신이 갑자기 이상해진 상태나 그런 모양을 속되게 이르는 것이 회까닥(헤까닥)이라는 말이다. 국립국어원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하여 사전에 정식으로 등록된 표준어 표기는 ‘회까닥’인데, 실제 생활에서는 이렇게 쓰는 사람이 거의 없거나 아무도 없다. 이 말은 일상생활에서 아주 많이 쓰이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해까닥’, 혹은 ‘헤까닥’으로 알고 있거나 그렇게 표기하고 있다. ‘회까닥’은 횟집 이름 정도에나 쓰이고 있으니 참으로 헛웃음이 나온다.
‘회까닥’을 표준어로 지정한 이유에 대해 국립국어원에서는 아무런 설명이 없으므로 우리말 어휘를 근거로 추정해 보는 수밖에 없다. 우리말에 ‘획, 홱, 휙’ 등의 부사가 있는데, 세 개 모두 빠르다는 뜻을 강조하는 용도로 쓰이는 공통점이 있다. 고개를 획 돌리다, 문을 홱 닫다, 바람이 휙 불다 등의 표현이 가능한데, 국립국어원에서는 이것을 근거로 ‘회까닥’이라고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갑자기 이상해진’이라는 표현에서 그런 단서를 찾아볼 수 있다.
그런데, 여기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우리가 쓰는 ‘회까닥(헤까닥)’이라는 말이 빠르게 정신이 이상해졌다는 뜻을 담고 있느냐 하는 점이다. ‘잠시 회까닥(헤까닥)했다’, ’정신이 회까닥(헤까닥)했다 등에서 보면 일정 시간, 혹은 기간 동안 정신이 정상적이지 못했다는 뜻이지 정신이 빨리 이상해졌다는 뜻으로 쓰였다고는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일반 사람들은 ‘회까닥’의 ‘회’를 정신이 이상한 상태로 된 것이라 보지 않고 생선회 정도로 생각하기 때문에 ‘횟까닥’ 같은 정도로 변형시켜 횟집 이름으로 쓰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정신이 이상한 식당이라고 생각했다면 이런 이름을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말이라고 하는 것은 일상생활에서 거부감없이 편안하도록 쓰이지 못하면 죽은 것이 되고 마는데, ‘회까닥’이 바로 이 상황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결국 ‘획’에서 근거를 찾으려는 시도는 잘못되었다는 것으로 될 수밖에 없으므로 ‘회까닥’이 아닌 ‘헤까닥’, ‘해까닥’ 등의 표기로 바꾸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한편, ‘까닥’은 ‘까딱’으로 발음되는데, 바뀌거나 움직여져서는 안 되는 것이 잘못되어서 변동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이 말은 그렇게 되면 안 되는 무엇인가에 일정한 변화가 생겨서 좋지 않거나 잘못된 방향으로 움직여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상태를 나타내기 위한 부사어가 된다.
이제 ‘헤까닥’이나 ‘해까닥’을 중심으로 하여 정확한 표기의 근거를 찾아보도록 하자.
우리말에 ‘헛-갈리다’ 혹은 ‘헷-갈리다’라는 표현이 있다. 이 말은 ‘정신이 혼란스럽게 되다’, ‘여러 가지가 뒤섞여 갈피를 잡지 못하다’ 등의 뜻을 지니고 있다. ‘헛갈리다’가 오래된 말인데, ‘헛+갈리다’의 형태를 가진다. ‘헛’은 ‘허(虛)+ㅅ’이니 ‘이유 없는, 보람 없는, 쓸데없는, 비어 있는’ 등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이다. ‘갈리다’는 ‘쪼개지거나 나뉘어져 따로따로 되다’는 뜻이니 하나로 되어 있던 것이 흩어져서 정상적인 상태가 아닌 것으로 되었다는 의미다. 그러므로 ‘헛-갈리다(헷-갈리다)’는 비거나 쓸데없게 되어서 비정상적인 상태로 되었다는 것을 뜻하게 된다.
‘회까닥(헤까닥)’이 비정상적인 정신상태를 나타낸다는 의미라면, ‘회까닥’이 아니라 ‘헤까닥’으로 표기해야 하는 것은 명확하다. ‘획’은 빠른, 갑작스런 등의 뜻을 강조하는 것이기 때문에 한순간이나 일정 시간 동안 비정상적인 정신상태를 나타내는 말의 표기로는 적합하지 못함을 쉽게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국립국어원에서는 ‘헛-갈리다’와 ‘헷-갈리다’ 모두 표준어로 인정하고 있지만 일상생활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헷-갈리다’로 쓰고 있다. ‘헛’, 혹은 ‘헷’은 ‘허+ㅅ’의 형태인데, 여기에서 ‘ㅅ’이 탈락하면 ‘헤’가 되므로 올바른 표기법은 ‘회까닥’이 아니라 ‘헤까닥’으로 표기해야 한다는 사실은 한층 분명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