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세계/재미있는 우리말

미안하다와 죄송하다의 차이

竹溪(죽계) 2024. 11. 30.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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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다죄송하다의 차이점

 

표준국어대사전을 찾아보면, ‘미안하다라는 표현은 남에게 대하여 마음이 편치 못하고 부끄럽다라고 풀이하고 있으며, ‘죄송하다라는 말은 죄스러울 정도로 미안하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 내용만으로 보면 죄송하다가 미안하다는 표현 보다 어느 정도 어감이 강한 것은 알겠는데, 그렇게 큰 차이는 나지 않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미안하다는 마음이 편하지 못할 정도이고, 죄송하다는 죄스러울 정도이니 구체적으로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잘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죄송하다라는 표현에 대한 설명에 미안하다가 들어가서 더욱 그런 생각이 드는 것 같기도 하다. 특히 죄스럽다는 말을 찾아보면, “죄지은 듯하여 마음이 편하지 아니하다라고 되어 있어서 더욱 그런 느낌을 준다. 그런데, 미안하다는 표현과 죄송하다는 표현은 매우 큰 차이가 있어서 잘 생각해서 말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두 표현에 대해 먼저 살펴봐야 할 것은 미안죄송이 순우리말 인지의 여부다. 결론부터 말하면 둘 다 한자어이다. 미안은 未安이라고 쓰는데, 마음이 편하지 못해서 불편하다는 뜻으로 무엇인가 잘못한 행위에 대한 정도가 비교적 가벼워서 무겁지 않은 감정의 심리상태를 나타낸다. 뭔가 께름직하지 못한 말이나 행동을 해서 상대방의 감정을 상하게 할 정도의 가벼운 잘못을 했다는 말인데, 이것으로 말미암아 그렇게 한 자기의 마음이 편하지 않다는 것을 표시하기 위한 말이 바로 미안하다는 표현이 된다. 은 마음이나 감정의 상태에 소용돌이가 없고 조용해서 불안하거나 위험하지 않은 상태를 가리키고, 는 상대 부정을 나타내기 위한 글자로 이것이 아닌 저것, 이 상태가 아닌 저 상태 등의 뜻이다. 그러므로 미안은 마음의 상태가 안정되어 있지 못해서 편하지 못하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죄송은 罪悚이라고 쓰는데, 는 사회적으로 용인되지 않는 어떤 잘못을 해서 법을 어긴 행위를 한 상태를 가리킨다. 죄를 지었다는 것은 사회적으로 상당히 큰 잘못을 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그에 상응하는 벌을 받는 것이 원칙이다. 죄를 짓고 벌을 받지 않으면 사회의 정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뿐 아니라 질서가 무너져서 사회 전체가 혼란에 빠지고 만다. 그럴 정도로 큰 잘못을 한 것이 바로 죄이다. 두려워한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글자이다. 마음()의 가운데가 묶여 있어서() 꼼짝을 할 수 없는 상태로 자기의 내부에서 무서움과 두려움이 생긴 상태를 지칭한다고 보면 된다. 그러므로 (두려워할 구)와 같은 뜻으로 작은 새()가 두 눈을 부릅뜨고 눈알을 굴릴 정도()의 상태로 사람의 마음이 혼란스러워서 공포를 지니고 있다는 뜻이 된다. 그래서 죄송은 죄를 지어 벌을 받을까 봐 두려워서 마음이 굉장히 혼란스러운 상태를 지칭한다. 죄송이란 표현은 자기의 그런 심리상태를 매우 강하게 나타내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명사로 쓰이는 미안과 죄송의 뜻을 알면 미안하다죄송하다는 느낌이 얼마나 크게 다른지를 쉽게 알 수 있다. ‘미안하다는 약간의 잘못으로 인해 상대의 감정을 건드린 정도여서 마음이 좀 편하지 않다는 것을 나타내기 위한 것이고, ‘죄송하다는 상대에게 많이, 혹은 크게 잘못을 해서 큰 벌을 받을 것처럼 두려운 마음을 가지고 있으니 제발 용서해달라는 뜻이 된다. 재미있는 우리말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