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일상/2024
눈 내리는 수요일
竹溪(죽계)
2024. 1. 17.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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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리는 수요일
새해 들어 눈이 자주 내리는 편이다.
눈은 세상을 하얗게 만들어서 우리에게 시각적인 즐거움을 주기도 하지만 뒤처리가 까다롭거나 얼어붙어서 빙판을 만들기도 해서 불편을 주기도 한다.
눈을 의미하는 한자는 雪인데, 이 글자가 매우 재미있다.
글자의 윗부분은 비를 나타내는 雨이고 아래는 손을 나타내는 彐가 있다.
비는 하늘에서 내리는 것의 상징이기 때문에 눈을 나타내는 글자에도 쓰였다.
갑골문 같은 초기 글자에서는 현재와는 달리 아랫부분에 羽(깃털 우)가 쓰였다.
하늘에서 천천히 내리는 눈이 마치 새의 깃털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周나라 시대를 지나면서 빗자루를 나타내는 彗(빗자루 혜)로 바뀌었고, 그것이 다시 변형되어 현재처럼 彐(사람의 손을 나타냄)로 되었다.
이때부터는 깃털 같다고 낭만적으로 생각하는 것에서 발전하여 쓸어내어 없애버려야 하는 것으로 인식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빗자루로 쓸어낸다는 것으로 바꾼 것이다.
설욕(雪辱), 설치(雪恥), 설원(雪冤) 등에 雪을 쓰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사람의 마음을 들뜨게 하는 눈에 대해 이처럼 논리적으로 풀이하는 것이 바람직한지는 모르겠지만 갑자기 눈이 내린 하얀 풍광에 흥분되어서 그만 실수를 한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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