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긴개긴에 대하여
‘도긴개긴’에 대하여
소위 말하는 서울을 중심으로 하는 지역의 사람들이 사용하는 표준어에 해당하는 표현 중에 도긴개긴이 있다. 이것에 대해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윷놀이에서 도로 남의 말을 잡을 수 있는 거리나 개로 남의 말을 잡을 수 있는 거리는 별반 차이가 없다는 뜻으로, 조금 낫고 못한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본질적으로는 비슷비슷하여 견주어 볼 필요가 없음을 이르는 말.” 이 설명을 기준으로 하여 ‘거기서 거기’, ‘도토리 키재기’, ‘오십보백보(五十步百步)’, 대동소이(大同小異)‘, ’이거나 저거나‘ 등의 뜻으로 이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두 가지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하나는 이 표현이 사전에 등재된 것이 최근이라는 점이며, 다른 하나는 ’긴‘의 뜻을 지금 쓰이고 있는 ’도긴개긴‘에서 유추하여 풀이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표현이 최근에 등재되었다는 것은 그동안은 소위 말하는 표준어라는 것으로 인정하지 않다가 방송 같은 데에서 사용하여 유행을 타자 억지로 인정하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긴‘에 대한 풀이는 정확하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윷놀이에서, 자기 말로 남의 말을 쫓아 잡을 수 있는 거리.” 이 풀이는 ’도긴개긴‘이라는 말을 근거로 한 것이어서 그 표현 자체가 어떤 것에서 유래했는지를 짚어보지 않고 성급하게 내용을 등재한 어리석음을 범하고 있다. 표준어라는 제도가 만들어지면서 우리 말을 오염시킨 사례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긴’의 원래 말은 ‘길’이다. ‘길’은 여러 가지 뜻을 가진 표현인데, 윷놀이 같은 데에서 쓰는 ‘길’은 ‘과정’, ‘도중’, ‘중간’등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런 점으로 볼 때, ‘도긴개긴’이 아니라 ‘도길개길’이 아주 오래 전부터 우리 선조들이 써 왔던 표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윷놀이는 정해진 길을 가면서 상대편의 말고 경쟁을 하면서 출발점에 누가 먼저 도착하느냐를 겨루는 것이기 때문에 ‘무슨 길’이란 표현이 정확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즉, ‘도길개길’이 원래의 표현이 되는 것이다. 윳놀이에서는 이 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걸길’, ‘윷길’, ‘모길’ 등도 쓰인다. 모두 윷판의 말이 앞으로 나아가는 중에 상대방의 말이 있는 곳을 가리키는 것으로 쓰인 것이다.
‘도긴개긴’을 이렇게 이해하고 보면 그것이 가지는 뜻은 별 차이가 없어서 그것이 그것이라는 정도가 아니라 ‘얼마든지 따라잡을 수 있다’, ‘충분히 해 볼 만 하다’는 의미가 된다. 국가가 공인한 국립국어원 같은 곳에서 자세한 고찰을 하지 않고 우리말을 오염시키고 있으니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다. 어느 날로부터 어느 날까지 꼭 일 년이 되는 날을 ‘돌시’라 했고, 그것이 나중에 아이가 태어난 지 일 년이 되는 날을 지칭하는 ‘돐’로 되었는데, 이런 유래를 살피지 않고 ‘ㅅ’을 빼버리고 ‘돌’이라고 해 버린 무지한 행위나 별반 다를 바가 없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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