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일상/2022

초겨울의 襄陽

竹溪(죽계) 2022. 12. 2.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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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襄陽은 흔히 일컬어지기를, 해 오름의 고장이라고 홍보한다. 그러나 이 해석에 대해서는 좀 살펴볼 것이 있다.

양양의 원래 이름은, 고구려 때는 翼峴이었고, 신라 경덕왕 때에는 翼嶺으로 고쳤다. 그러다가 고려 때에 이르러 襄州로 되었는데, 별칭으로 襄山을 쓰기도 했다. 그러다가 조선 시대 태종 때에 襄陽으로 고쳤다. 여기에서 알 수 있는 것은 이 연결되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은 일반적으로 날개, 오르다, 돕다 등의 뜻으로 쓰이고, 은 오르다, 돕다 등의 뜻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엄숙하고 근신하여 공경함의 의미를 지진 관계로, 공경하다, 높이다 등의 뜻을 기본으로 한다. 여기에서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도 이와 비슷한 뜻으로 많이 쓰인다는 점이다. 은 일을 함에 있어 공을 세우는 것, 덕을 쌓는 것, 옷을 벗고 농사일을 하는 것 등의 뜻을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높이다, 공경하다 등의 의미를 지닌다. 그러므로 은 비슷한 뜻으로 연결되어 있으면서 공경한다. 높이다, 높다, 숭앙하다 등의 뜻으로 쓰인 것임을 알 수 있다. 고구려, 신라 등의 시대에 쓰인 은 험한 산, 정상에 통행할 수 있는 길이 있는 산 등의 뜻을 가지기 때문에 과 결합하여서 높고 험한 산, 높이 솟은 산, 숭앙할 수 있는 산 등의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고려와 조선 초기에는 강과 강 사이에 있는 높은 육지로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을 뜻하는 를 붙여서 양주로 하기도 했는데, 이것은 고을이나 행정부서가 있는 큰 지역(大處)을 나타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다가 조선 시대에 이르러서는 이나 대신에 을 붙여서 지금의 지명으로 했다. 은 산의 남쪽, 강의 북쪽 지역을 나타내는데, 높고 밝은 곳으로 해가 잘 드는 공간을 나타낸다. 그러므로 이 지명으로 쓰일 때는 공경의 대상이 되는 높은 산의 남쪽 밝은 곳이면서 신에게 제사를 지내기 좋은 곳임과 동시에 사람이 살기 좋은 곳이라는 공간을 나타낸다.

그러므로 襄陽이란 지명의 뜻은 해 오름의 고장이라는 것 보다는 높은 산에 에워싸여 해가 잘들어서 자연과 신에 순응하며 평안하게 지낼 수 있는 살기 좋은 곳이라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게 된다. 실제로 양양은 북쪽 방향에 있는 1,700미터가 넘는 설악산을 필두로 하여, 1,400미터가 넘는 점봉산, 1,500미터가 넘는 계방산, 남쪽에 있는 응복산, 약수산 등도 모두 1,300미터가 넘는 고봉 준령으로 높은 산에 싸여 있다. 양양은 그야말로 숭앙의 대상이 되는 신이 사는 높은 산에 안겨 있으면서 동쪽과 남쪽에는 남대천 같은 물이 흐르는 천혜의 복스러운 땅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 지역에는 역사적 가치를 지니는 유적들이 상당히 많다.

이번 기행에는 고려 말에 河崙趙浚이 자연에 노닐면서 조선 건국의 큰 틀을 짰던 곳으로 알려진 河趙臺와 관동팔경 중 맑음과 상쾌함으로 으뜸인 淸澗亭을 찾았다. 양양 시내의 남쪽에 있는 하조대는 해수욕장으로 유명하지만, 역사적 가치를 지니는 설화를 간직한 亭子가 있어서 가볼 만 하다. 조선 시대의 정자인 청간정은 오랜 기간에 걸친 수리 끝에 겨우 최근에 개방되었다. 설악산에서 발원한 것으로 지금은 천진천으로 불리는 청간천이 바다와 만나는 곳에 세워진 이 정자는 마음을 상콰하게 해주는 시원함이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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