索隱行怪
색은행괴(索隱行怪)
매우 하찮고 작은 것이면서 후미지고 으슥한 곳에 숨어 있는 것들을 찾아내어 으스대는 것을 색은이라 하고, 말이나 행동을 괴상하게 하면서 명성이나 명예를 구하는 것을 행괴라고 한다. 앞엣것은 숨어 있는 것을 찾아내려는 생각을 마음속에 가지고 있는 상태를 지칭하므로 정신, 혹은 의식과 관련이 있으며, 뒤엣것은 사람이 말하고 움직이면서 실제 하는 행동으로 육체적, 물리적인 것과 관련이 있다. 마음이 지향하는 바도 이상하고, 몸이 지향하는 바도 이상하고 해괴하다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 바로 색은행괴라고 보면 된다.
이 말은 공자(孔子)가 한 말로 ?漢書 藝文志?에 처음으로 등장하는데, ?中庸?에서는 소은행괴(素隱行怪)라고 했다. 송나라 때의 주희(朱熹)는 索을 素로 잘못 표기한 것이라고 밝힌 바가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받아들이지 않는다. 원문은 다음과 같다. ‘隱僻한 이치를 찾고, 지나치게 괴상한 짓을 행하는 것을 후세에 칭찬하는 이가 있는데, 나는 이런 것을 하지 않는다(子曰 索隱行怪 後世有述焉 吾弗爲之矣).’ 색은행괴를 하지 않으면 中庸에 의지할 뿐이어서 도중에 그만두지 않게 될 것이며, 세상을 피해 숨어 널리 알려지지 않을지라도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공자가 색은행괴를 얼마나 경계했는지를 잘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면서 공자의 제자들은 이런 것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사람은 聖人뿐이라고 했다. 제자들이 이런 말을 하지 않았으면 먼 후세의 우리도 그렇게 해보려고 노력이라도 할 것인데, 참으로 아쉬운 말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색은행괴의 뜻을 좀 더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각 글자의 속뜻을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索이란 글자가 명사일 때는 삭으로 발음되면서 새끼줄이라는 의미로 쓰이는데, 이것이 가장 기본적인 뜻이다. 왜냐하면 글자의 구성원리가 이것을 기준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글자는 十, 冖, 糸로 이루어져 있는데, 실처럼 생긴 것으로 노끈이나 밧줄 같은 것을 만드는 모양을 본뜬 것으로 象形字에 속한다. 밧줄이나 동앗줄 같은 것을 만들 때는 무엇인가에 줄을 걸어놓고 하는데, 걸어서 고정을 시키기 위해 만든 것이 바로 十의 모양이었기 때문에 이런 모습으로 만들어졌다. 冖은 동앗줄을 만들 때 걸기 위한 十 바로 아래에 있는 모양을 형상화한 것이며, 糸는 실 모양의 물체를 서로 엇갈리게 꼬아서 만드는 것을 나타내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 결과 索은 한편으로는 옛사람이 동아줄을 만드는 모양을 그림처럼 남겨둔 것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동아줄을 만드는 방식을 분명하게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되어 생각을 형상화한다는 의미도 가지게 되었다.
이것이 索의 기본적인 의미라고 할 수 있는데, 점차 상관성이 있는 뜻으로도 발전하였다. 동아줄을 만드는 방법을 추상(抽象)화하여 법도(法度)라는 뜻도 나타내게 되었는데, 밧줄 같은 것을 만들 때 정해진 방법을 잘 지켜야 한다는 것에서 이런 의미로 확장되었다. 시대가 바뀌면서 동아줄의 무늬라는 뜻으로 이어지면서 그것이 만들어지기 시작한 곳을 찾아 근원을 밝히려는 데에까지 이르게 되면서 무엇인가를 찾다, 탐색하다 등의 뜻을 가지게 되었다. 그렇게 되자 사물의 이치를 파고들어 깊이 생각하거나 대상에 대해 이론적으로 인식하는 것을 思索이라고 하는 어휘로 연결되기도 했다. 索이 이렇게 쓰이게 된 이유는 사람의 생각이라는 것이 밧줄의 실마리를 이용하여 그 근원을 찾아가는 것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참으로 어려운 글자라고 할 수 있다.
‘숨다’는 뜻을 가진 隱은 흙이 쌓여서 만들어진 언덕을 의미하는 阜(阝-부)를 뜻으로 하고, 㥯(은)을 소리로 하여 만들어진 形聲字이다. 阜는 돌이 없고 흙이 쌓여서 만들어진 언덕, 혹은 산의 모양을 본뜬 글자이다. 이런 모양으로 된 산이나 언덕은 뒤쪽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은폐하다. 숨다 등의 뜻을 가진다. 이것이 부수로 쓰일 때는 阝로 모양이 바뀌기도 하는데, 언덕, 크다, 높다, 두텁다 등의 뜻을 나타내는 글자에 주로 쓰인다. 㥯은 삼가다, 조심하다는 뜻을 가지는데, 마음이 급하여 불안하고 초조한 상태를 가리킨다. 사람은 마음이 급하고 초조하면 언행을 조심하고 삼가야 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조심하다. 삼가다 등의 뜻을 가지게 된 것이라고 보면 된다. 이런 이유로 인해 隱은 급하고 초조한 마음에 산이나 언덕처럼 사람의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으로 숨다 는 뜻으로 쓰이게 되었다.
다니다, 가다, 행하다 등의 뜻을 가지는 行은 처음에는 십자로의 모양을 본뜬 글자였으나 나중에는 현재의 모양으로 바뀌면서 큰길이라는 뜻은 사라졌다. 그렇게 되면서 이 글자는 조금 걷는다는 뜻을 가진 彳(척)과 걷는 것을 멈추다 는 뜻을 가진 亍(촉)이 결합한 모양으로 되면서 가다, 떠나다, 일하다, 행동(所作所為), 좋다, ~하려 하다 등의 뜻을 가지게 되었다. 여기서는 행위, 언행 등의 뜻으로 쓰였다.
怪는 마음을 나타내는 忄(心)과 손으로 흙을 쌓거나 다스리다, 열심히 일하다, 힘쓰다, 밭을 갈다 등의 뜻을 가진 圣(골)이 결합한 것인데, 몸이 힘써서 일하는 것과 마음을 힘들게 쓰는 것을 나타내던 글자의 모양이 각각 변화한 것을 怪의 기본적인 표현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몸과 마음을 힘들게 하는 것이야말로 이상한 것이라서 괴이하다, 괴상하다 등의 뜻을 가지게 되었다고 보면 된다. 특히 마음을 이상하게 써야 하는 일이 생기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정상적인 행동을 할 수 없게 될 것이니 이것이 바로 괴이한 행동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를 가진 색은행괴는 공자만 경계하고 조심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모두 이러한 언행을 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면서 신중하게 삶을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개인적으로는 자신을 망칠 뿐 아니라 나아가서는 사회 전체를 이상한 방향으로 이끌어갈 수 있다는 걱정을 늘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우리나라의 최근 몇 년간은 바로 색은행괴의 시간이었다고 할 수 있다. 0국 사태로 일컬어지는 사건을 시작으로 하여 총선이 끝난 뒤, 그리고 현재의 대선이 마무리되기까지의 전 시간을 그렇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중 압권은 방금 끝난 대선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2022년의 국가적 행사로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대선인데, 이 과정에서 사회에 커다란 폐단을 끼친 것이 있다면 바로 색은행괴를 중심으로 하는 일정한 진영의 말과 행동이었기 때문이다. 민족과 국가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면서 바람직한 정책을 제시하는 것이 후보자와 정치인들이 해야 할 일이라고 말을 하지만 실제로는 네거티브 공방으로 거의 모든 시간을 보냈다고 여겨지는 관계로 그런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자신과 같은 편에 선 사람들만을 위한 것인 이러한 색은행괴가 국가적, 사회적 지도자 그룹에 속한 사람들에 의해 종횡무진으로 행해지면 결국 국민은 둘로 갈라질 수밖에 없게 되고, 그 폐단은 선거 결과에 그대로 반영되어 나타날 수밖에 없다. 사회를 나쁜 방향으로 이끌어 갈 수 있는 색은행괴를 경계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사회적으로나 국가적으로 많은 사람에게 큰 피해를 줄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색은행괴를 하지 않기 위해서는, 자만하지 않기, 집착하지 않기, 편 가르지 않기, 오만하지 않기, 거짓말하지 않기, 이념적이지 않기, 이기적이지 않기, 주관적이지 않기, 부정, 부패하지 않기 등을 실천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며, 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희망 고문이 될지 모르지만 앞으로 펼쳐질 새로운 사회에 또 한 번의 기대를 걸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