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일상/2022

인제군 원대리 자작나무숲

竹溪(죽계) 2022. 1. 8.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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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대리 자작나무 숲

 

강원도 인제군 원대리에 있는 자작나무숲은 지자체에서 야심적으로 조성하여 만든 것으로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매력이 있다.

자작나무 숲을 가기 위해서는 약3.2킬로 정도의 가파른 언덕을 등산하듯이 올라가야만 하는데, 내가 보기에 이것이 아주 특수한 장치로 작용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올라갈 때는 매우 가파른 길을 걸어서 올라가야 하므로 힘들다고 생각하지만, 숲까지 올라가면 자른 세계에 온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그런데, 이렇게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로 가파른 언덕길이라고 보이기 때문이다. , 아래의 주차장까지는 인간세계였다면, 올라오는 가파른 길은 다른 차원으로 가는 통로이고, 자작나무숲은 신선세계라고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방법은 조선 시대 사대부들이 창안하여 가사 작품에 적용한 것이라고 할 수 있어서 더욱 흥미롭다. 사대부 가사를 보면, 노년을 보내기 위해 지은 정자를 중심으로 노래하고 있는데, 정자 아래의 공간은 인간계로 설정하고, 정자의 공간은 선계로 설정한 다음, 지속적으로 순환하면서 그 앞에 펼쳐지는 사계절의 풍광을 인간계에서 선계로 오르는 통로, 혹은 매개체로 설정한다. 그렇기 때문에 정자의 주인인 작자는 바로 신선이 되는 것이다.

 

다분히 주관적인 판단일 수 있지만 원대리의 자작나무 숲은 내게 그런 느낌을 주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이곳을 가려고 한다면, 인제의 지명에 대한 정보를 살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 한 가지만 짚어보려 한다.

 

전설상의 동물로 신령스런 존재인 기린의 발굽이라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는 인제(麟蹄)는 고대사회에서는 고구려의 땅이었고, 지명은 돼지발이라는 뜻을 가진 猪足이었다. 지역 이름에 왜 돼지 발 같은 이상한 것을 붙였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 쉽지만 그 의도를 알면 수긍이 간다. 과거에 사람들이 키우는 가축에는 대략 여섯 종류가 있었는데, , , , 돼지, , 닭이 중심을 이루었다. 그중에서 가장 으뜸으로 치는 가축이 바로 돼지였다. , 돼지는 가축의 으뜸이면서 지도자를 뜻하기도 했던 것이다. 산과 강이 잘 어우러진 형태의 인제 지역 지형이 가축의 으뜸을 차지하는 돼지의 발굽처럼 생겼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으로 이해된다.

 

또 한편으로는 烏斯回라고도 했는데, 그 뜻은 까마귀가 내려앉는 형국이라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고구려에서 까마귀는 신성한 존재로 하늘을 대표하였고, 최고 지도자를 상징했기 때문에 인제의 지형이 까마귀가 내려앉는 모양임과 동시에 신성한 땅이라는 의미를 한꺼번에 나타내는 이름이 바로 오사회였던 것이다.

 

그러다가 고려 초기에 이르러 중국에서 넘어온 것으로, 몸은 사슴과 같고, 소의 꼬리를 하고 있으며, 발굽과 갈기는 말과 같고, 몸의 색깔은 五色을 띠고 있는 麒麟의 발굽에 빗대어서 麟蹄로 바꾼 것으로 나타난다. 신라의 경덕왕 때 모든 지명을 한자식으로 바꾼 후, 고려 시대에 다시 중국식으로 바꾼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좋은 것인지 좋지 않은 것인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院垈里는 인제읍에 속해 있는데, 에 딸린 땅이나 가옥 같은 것이 있는 동네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은 관청이나 사찰 등을 의미하는데, 이 지역이 麟蹄縣의 관청에 딸린 토지 같은 것들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 부근에는 신라의 마지막 군주인 敬順王과 麻衣太子 관련 유적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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