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세계/觀看天下

[스크랩] 신화와 영상매체

竹溪(죽계) 2018. 11. 5.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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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와 영상매체(방송대 신문, 낙산草堂, 1592호, 2018,11,6)


인류 역사와 그 맥을 같이 한다고 할 수 있는 신화(神話)는 그것을 만들고 향유한 사회의 구성원들이 마음속에서 바라는 것, 되고 싶어 하는 것, 필요로 하는 것 등에 대한 생각을 모두 모아 신이 이야기 하는 방식을 빌어 서사구조로 꾸며낸 것이다. 따라서 신화에는 인류가 지금까지 이룩한 문명이 맹아적, 혹은 상징적인 모습으로 제시되고 있어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하늘을 날고 싶은 욕구를 형상화한 마차나 양탄자 같은 것은 비행기로 만들어졌고, 거인을 연기로 바꾸어 램프에 넣었다 뺏다하는 신화 속의 이야기는 컴퓨터라는 문명의 이기로 실현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신화는 문명의 어머니다.
인류 역사에서 신화가 가지는 의미와 가치가 이처럼 크고 중요하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이제는 과거의 것이 되었고, 현대사회는 더 이상 신화를 형성할 수 없으므로 지금은 신화의 시대가 아니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신화는 살아있고, 지금도 끊임없이 형성되고 있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신화의 모양이 바뀌었을 뿐 사회 구성원의 바람과 요구를 모아 새로운 형태로 끊임없이 재생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의 신화가 노래나 이야기의 형태를 가지고 있었다면, 현대의 신화는 영상매체를 통해 형상화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지금의 대표적인 영상매체로는 TV, 영화, 애니메이션, 게임, 웹툰 등을 들 수 있는데, 여기에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거나 실현되기 어렵다고 생각되는 것들이 주로 등장한다. 드라마에 나오는 주인공은 모든 사람들이 마음속으로 가지고 싶어 하는 엄친아, 엄친딸이지만 현실적 삶에서 그런 존재를 발견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또한 영화나 애니메이션 같은 영상매체에 등장하는 초능력자나 외계존재 등은 지금의 우리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우리는 언제나 그런 것들을 꿈꾸고 바라면서 생활한다. 지금은 불가능한 것처럼 보이고 없는 것들이지만, 멀지 않은 미래에 실현될 수 있을 것이란 희망과 욕구를 만들어내는 기반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희망과 욕구가 바로 인류 사회를 그런 방향으로 움직이도록 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니 이것이 신화의 새로운 형태이다. 집단무의식화한 욕구가 원형적 형태로 형상화한 신화는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변신과 변화를 거듭하면서 우리 곁에서 새로운 사회를 향한 전진을 지속적으로 이끌고 있는 것이다.


일정한 범주에 속하는 구성원들이 함께 바라는 것이면서 가지고 싶어 하는 것을 하나로 모아 그 시대에 맞는 형태로 재생산해 낸 것이 신화라면, 영상매체를 통해 재현되는 신화의 세계를 통해 우리의 미래가 얼마든지 발전적으로 변화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과 기대를 품고 긍정적으로 삶을 살아가는 자세는 매우 중요하다. 그 결과 그러한 바람은 현실이 되고, 그 현실은 선조들의 살았던 과거 신화의 시대보다 한층 더 큰 행복으로 채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출처 : 손종흠의 홈페이지
글쓴이 : 無時不習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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